자기 소모를 막는 4단계 — 자율성의 핵심은 ‘의지력’을 아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2026년 3월 29일.수정일:2026년 3월 30일
자기 소모를 막는 4단계 — 자율성의 핵심은 ‘의지력’을 아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자율성의 핵심은 ‘의지력’을 아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가끔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소파에 누워 있고만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이건 의지력이 바닥났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몇 년 동안, 꽤 많은 일을 해냈고 그중에는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이어온 것들도 있습니다.

돌아보니 오히려 ‘완벽하게 자율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자율적인 사람이 되기보다, 의지력을 아끼는 시스템 만들기

1998년,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자아 고갈(ego depletion)’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인간의 의지력은 한정되어 있고, 그 에너지가 소진되면 계속해서 버티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내용입니다.

아마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 피곤한 날에는 괜히 주변 사람들에게 더 예민해지고,
  • 퇴근 후에는 “오늘 고생했으니까” 하며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고,
  • 밤늦게까지 깨어 있을 때는 쇼핑 앱에서 충동구매를 하게 됩니다.

어떤 분들은(예전의 저처럼) 평소에도 스스로를 엄격하게 통제합니다.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이런 감정은 느끼면 안 된다— 이런 ‘자기 통제’ 역시 모두 의지력을 소모합니다.

의지력이 과하게 소모되면 무기력해지고, 의미를 느끼기 어려워지고, 쉽게 짜증이나 화가 납니다. 이 상태에서는 다시 자신을 다잡는 것도 훨씬 더 어려워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율적으로 살려고 할수록’ 오히려 의지력이 더 빨리 소모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자율성의 핵심은 계속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의지력을 쓰지 않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1. 가능한 한 ‘선택’을 줄이기

첫 번째는, 일상 속 선택과 결정을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방식입니다.

  • “오늘 뭐 하지?”라는 고민을 줄이기 위해 → 아침에는 가장 부담이 적은 일을 먼저 하거나, 전날 미리 계획해두기
  • “점심 뭐 먹지?”를 고민하지 않기 위해 → 전날 저녁에 한 번에 준비해두기
  • “오늘 뭐 입지?”를 고민하지 않기 위해 → 고민 없이 입을 수 있는 옷들로 구성해두기

특히 아침에는 머리가 아직 완전히 깨어 있지 않습니다. 이때 ‘기본으로 할 일’을 정해두면, “오늘 뭘 할까?”라는 선택 자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부담이 적은 일’은 다릅니다.

저에게는 코딩이 그렇습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명확하기 때문에 무엇을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반대로 글쓰기는 부담이 큰 작업입니다. 무엇을 쓸지부터 계속 선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침에는 기본적으로 개발 일을 먼저 시작하고, 머리가 어느 정도 풀린 뒤에야 글쓰기나 기획을 합니다.

중요한 건, 어떤 일이든 일단 시작하게 만드는 ‘기본 작업’을 만들어두는 것입니다.

불안은 대개 ‘행동하지 않을 때’ 커집니다. 반대로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불안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만약 기본 작업을 정하기 어렵다면 잠들기 전에 다음 날 할 일을 미리 적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침에 깨어나자마자 바로 시작할 수 있게요.

또 하나의 예로, 저는 “오늘 뭐 먹지?”라는 고민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직접 요리를 하기 때문에 점심은 전날 저녁에 미리 준비해둡니다. 식재료를 살 때도 주로 할인 상품을 고릅니다.

이건 절약을 위해서라기보다 눈에 띄는 할인 표시가 ‘선택을 대신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뭘 만들어 먹지?”, “무슨 재료가 필요하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몇 년에 걸쳐 다양한 요리의 기본을 익혔기 때문입니다.

고기, 생선 같은 단백질부터 밥, 면, 감자 같은 탄수화물, 그리고 다양한 채소까지—

각 재료마다 2~3가지 이상은 변형해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매일 비슷한 재료를 써도 크게 질리지 않습니다.

직접 요리를 하지 않는다면 자주 가는 식당 몇 곳을 정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빠르게 몰입 상태로 들어가는 ‘스위치’ 만들기

저에게 그 스위치는 음악입니다.

집중이 잘 안 될 때는 이어폰을 끼고 미리 만들어둔 플레이리스트를 틉니다. 그러면 몇 초 안에 몰입 상태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플레이리스트는 단순합니다. 같은 가수나 밴드의 곡을 시간순으로 정리해둔 것입니다.

랜덤 재생은 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집중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소리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여러 번 들은 곡들이라 뇌가 거의 신경 쓰지 않게 되고, 가사가 있어도 크게 방해되지 않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가사가 없는 클래식 음악이 더 잘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가끔 재즈를 듣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이 시간이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시간’이 아니라 ‘일을 하는 시간’이라는 점입니다.

3.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멀티태스킹이나 잦은 작업 전환은 시간을 아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지력을 더 빠르게 소모하는 방식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의지력을 태워버리면서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셈입니다.

반대로 한 번에 한 가지에 집중하면 의지력 낭비를 줄일 수 있고, 그로 인한 피로와 무기력도 줄어듭니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시간을 아끼려고 SNS 게시글을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효율적인 선택이었지만, 사람이 많고 계속 이동해야 하는 환경 자체가 이미 의지력을 소모하고 있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글을 쓰고, 편집하고, 업로드까지 하다 보니 집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또 하나 자주 하는 실수는 작업을 계속 바꾸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굉장히 피곤한데도 정작 아무것도 해낸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듭니다.

4. 유혹을 ‘의지력으로’ 버티지 않기

의지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유혹을 버티는 데 쓰는 것은 꽤 비효율적입니다.

간식을 참으려고 애쓰기보다 애초에 집에 간식을 두지 않는 것이 더 쉽습니다.

저에게 SNS는 꽤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참으려고 하기보다 아예 접근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 SNS 앱을 홈 화면에서 숨기기
  • 일할 때는 휴대폰을 서랍에 넣어두기
  • Clarymind으로 앱 잠그기

Clarymind는 SNS 앱을 여는 과정을 일부러 길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정말 사용할 건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그동안 여러 스크린 타임 앱을 써봤지만, 실제로 SNS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건 Clarymind였습니다.

예전에는 몇 시간씩 쓰던 SNS를 지금은 하루 1시간 이내로 줄였습니다.

하루 2시간을 아끼면 1년에 730시간, 약 30일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보다 더 중요한 건 ‘의지력을 아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SNS의 모든 게시물은 하나의 선택입니다.

들어갈까? 좋아요를 누를까? 댓글을 달까?

사용 시간을 줄인다는 건 이 모든 선택과 의지력 소모를 줄인다는 뜻입니다.

저는 일부러 ‘지루한 상태’를 만들기도 합니다.

출퇴근할 때, 걸을 때, 화장실에 있을 때 휴대폰을 꺼내지 않습니다.

이건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이기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의지력을 소모하는 걸 막기 위함입니다.

마무리하며

이후에 『The Practice of Groundedness』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안에 숨겨진 함정을 이해하고, 도구로서만 사용하려는 태도와 경계심이 필요하다.”

“모든 새 게시물을 따라가려 하거나 좋아요 수에 집착하며 자기 인정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지속적인 만족이나 행복을 얻기 어렵다.”

SNS는 잘 사용하면 연결을 만들고, 배움의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무의식적인 시간과 의지력의 소모를 줄이는 것입니다.

Clarymind를 사용한 이후로 저는 SNS를 거의 ‘의도적으로’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얻거나 기술과 비즈니스 트렌드를 파악하는 용도로요.

지금은 이 균형이 꽤 만족스럽습니다.

본 글은 허가를 받아 게재되었으며, 원문은 『본질사고』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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